[리포트]
새까만 종이를 간단한 약품 처리만 하면 100달러짜리 지폐가 된다. 이런 이야기에 누가 속을까 싶으시죠?
하지만 상상이 아닌 실제 일어난 사기 사건입니다.
뉴스터치 시작합니다.
한 달 전 서울 용산역 앞으로 시간을 되돌려보겠습니다. 용산역 입구로 걸어오는 건장한 남성. 뒤쪽으로 경찰이 접근하자 곧바로 몸싸움이 시작됩니다.
도주하려는 남성을 경찰들이 달려들어 제압하죠. 이 남성이 경찰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경찰관이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했습니다.
붙잡힌 남성은 캐나다 국적의 A씨입니다.
지난 1월, 자신이 시리아 내전 참전 군인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이 피해 여성에게 영문 SNS 메시지를 보냅니다.
안부를 묻고 일상 소식을 나누며 두 사람은 점차 친밀해 졌죠.
그러던 중 이 남성 이런 제안을 합니다.
[임진우/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자신은 곧 군대에서 전역하는데 퇴직금 300만 달러를 받는다. 돈을 약품 처리를 해서 100달러짜리 지폐로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 약품값을 요구하다가… "
"퇴직금으로 300만 달러 규모의 블랙머니가 있다."
"약품 처리만 하면 이 검은 종이가 100달러짜리 지폐가 된다"
"나를 대신해 외교관을 보낼 테니 약품 살 돈을 빌려달라"
이 외교관이라는 사람이 바로 영상 속에서 검거된 A씨였습니다.
외교관을 사칭해 돈을 노린 사기범이었던 거죠. 검정종이가 100달러 지폐로 변신한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도 물론 거짓말이었습니다.
A씨를 검거한 검찰이 열쇠수리공을 불러 A씨의 금고를 열었는데요. 금고 안에는 범인이 '블랙머니'라고 말한 검은 종이가 우수수 쏟아져 나왔지만 평범한 검은 종이였습니다.
[경찰 관계자]
"뭐야? 돈이야 뭐야? 시커먼 게"
허술해 보이지만 피해 여성이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요. 외교관을 사칭하며 피해 여성 집까지 찾아간 A 씨가
실제 달러를 까맣게 칠한 다음 액체로 헹궈내면서 진짜 블랙머니인 것처럼 한 시연에 속은 거죠. 여성이 12차례에 걸쳐 사기단에 건네 준 돈이 4억 원에 달합니다.
경찰은 이미 검거한 A 씨 외에 참전군인을 사칭하며 피해자에 최초로 접근한 남성의 행적을 찾고 있습니다.
외국 외교관을 사칭해 SNS 메시지로 돈 벌 기회를 제안받으면 의심부터 해 보고 경찰에 알려야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터치였습니다.